백제의 마지막 모습이 새겨진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

백제가 멸망한 후 융성했던 사비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사라졌어요.
웅장했던 궁궐도, 공을 들여 만들었던 절과 탑도 모두 사라졌어요.
다만 정림사지 5층 석탑은 지금도 남아 세련된 백제의 멋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요.
정림사는 성왕이 사비로 도읍을 옮길 때 세운 절이에요.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왕궁의 정남쪽 도시 한가운데에 절을 세웠어요.
정림사 한가운데 만든 5층 석탑은 높이가 8m가 넘는 아주 큰 탑이에요.
익산 미륵사지석탑과 함께 지금까지 남아있는 백제 석탑 중 하나에요.
정림사지 5층 석탑과 대당평백제국비명 탁본(국립중앙박물관)
석탑의 1층 탑신과 옥개받침에는 '대당평백제국비명'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요.
'당이 백제를 평정하여 비를 새긴다'는 뜻이죠.
신라와 연합해 백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당의 총사령관 소정방이 자신의 공을 남기기 위해 새겨 놓은 것이에요.
탑에는 총 2,126자를 새겼는데, 백제를 정벌한 까닭과 당 황제와 장수들을 칭찬하는 내용, 의자왕을 비롯해 백제인 포로와 영토의 처리 방법 등을 담고 있어요.
소정방은 백제 도읍의 한가운데에 있던 정림사의 석탑에 글자를 새겼어요.
이것은 백제가 멸망하였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고, 나라를 되찾으려는 백성들의 의지를 꺾고자 한 것이에요.
백제 오천결사대 충혼탑(충남 부여군)
부여의 남쪽 끝에는 신라군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계백과 오천결사대의 넋을 기리는 충혼탑이 세워져 있어요.
탑에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쟁터로 향하던 백제 병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부여에는 적과 당당히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백제 병사들의 처절함과 나라 잃은 백성의 서러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