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문덕, 수 별동대를 유인하다

수 30만 별동대가 압록강에 도착했어요.
수 별동대의 빠른 이동에 당황한 고구려는 긴급 회의를 열었어요.
고구려 영양왕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문을 열자 을지문덕이 이에 답을 하였어요.
“적의 선봉대가 벌써 압록강에 도착했다는 급한 소식이 왔소. 이를 어쩌면 좋겠소?”
“폐하! 소장이 직접 적진에 들어가 적의 상황을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장군이 적진에 간다면 적장은 분명 장군을 가둘 것이요. 어찌 한 나라의 대장군을 그리 쉽게 적에게 넘겨준단 말이오?”
“먼 길을 급히 달려온 적은 분명 지쳐있을 것입니다. 적의 약점을 알면 반드시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폐하! 허락해 주소서!”
간신히 왕의 허락을 받은 을지문덕은 거짓으로 항복하여 수군 진영으로 갔어요.
보급 부대 없이 먼 길을 급히 온 수의 군사들은 배고프고 지친 기색이 분명했어요.
수의 침입로
이보다 앞서 우중문은 수나라 황제의 명령을 받았어요.
“만일 왕이나 을지문덕이 오게 되면 반드시 그를 사로잡으라.”
우중문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을지문덕을 붙잡아 두려고 했어요. 그러나 부하 장수가 나서서 강하게 말렸어요.
“항복을 하러 온 적장을 붙잡는 것은 이전 역사에는 없던 일입니다. 장군! 도리를 지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부하 장수의 말에 마음이 약해진 우중문은 고민에 빠졌어요.
게다가 을지문덕이 우중문에게 항복을 약속하자 어쩔 수 없이 을지문덕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어요.
수 군영을 빠져나온 을지문덕은 압록강을 건너 고구려로 돌아갔어요.
우중문은 눈앞에서 고구려 최고의 장수를 놓친 걸 두고두고 후회했어요.
을지문덕을 풀어준 수 군대는 압록강을 건너 고구려군을 쫓기 시작했어요.
을지문덕은 수 군사들이 지쳤다는 걸 간파하고 그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매번 싸울 때마다 쉽게 져주며 평양 쪽으로 도망을 갔지요.
우중문은 하루 동안에도 7번 싸워 모두 이겼고, 승리에 취해 을지문덕의 계책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수나라 군대는 살수(청천강)를 건너 평양성으로부터 30리 떨어진 곳에 도착해 군영을 세웠어요.
이때 을지문덕은 우중문에게 시 한편을 보냈어요.
그대의 신기한 전략은 하늘의 이치를 알았고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깨달았구려.
전쟁에 이겨서 그 공이 이미 크니
여기에 만족하고 전쟁을 멈추는 것이 어떠하오.
을지문덕의 시는 우중문을 희롱하고 비꼬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나 우중문은 많은 승리에 취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게다가 우중문은 답장을 보내 을지문덕을 타이르기까지 했어요.
수 대군이 싸울 때마다 승리하며 평양성 코앞까지 왔다.
고구려의 운이 다했으니 예를 갖춰 항복을 하라.
그러면 그대의 왕과 신하들의 목숨만은 보존해 줄 것이다.
을지문덕은 다시 우중문에게 편지를 써 보내 다시 한 번 항복을 약속했어요.
만약 장군께서 군사를 돌리신다면 마땅히 왕을 모시고
수 조정에 들어가 황제를 뵙겠습니다.
우중문은 오랜 전투로 군사들이 지친 것을 보고 고구려군과 다시 싸우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했어요.
또한 평양성이 높고 험하여 함락시키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였지요.
마침 을지문덕이 항복한다는 약속은 우중문에게 군대를 돌릴 명분을 만들어 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