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 대왕릉비의 내용

광개토 대왕릉비의 표면
국사편찬위원회
광개토 대왕릉비는 6.39미터나 되는 큰 화강암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이용해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지요.
그런데 비석 표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울퉁불퉁한 표면에 반듯하게 그어진 바둑판 같은 선을 볼 수 있어요.
글자 간격을 균등하게 새기기 위해 가로 세로로 바둑판처럼 가는 선을 그어 공간을 만든 것이지요.
정말 고구려 사람들의 치밀함과 섬세함이 놀랍지 않나요?
이러한 각각의 공간에 손바닥만 한 글자들이 새겨져 있는데, 자그마치 4면에 44행으로 총 1,775자나 되는 한자가 새겨져 있어요.
정말 대단하지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중 150자 정도는 닳아서 어떤 글자인지 해석이 안 된다고 하네요.
그럼 광개토 대왕릉비의 4개 표면에 있는 글자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광개토 대왕릉비의 비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비문의 첫 번째 부분에는 추모왕(주몽)의 고구려 건국 이야기, 그리고 유리왕(유리명왕)·대주류왕(대무신왕)부터 광개토 대왕에 이르는 왕들의 계보와 업적 및 비석을 세우게 된 배경 등이 기록되어 있어요.
두 번째 부분에는 광개토 대왕의 정복 활동과 정복한 곳을 둘러본 내용 등이 시간순으로 기록되어 있어요.
세 번째 부분에는 광개토 대왕의 무덤을 지키는 사람들의 명단과 무덤을 지키는 규정 등이 기록되어 있지요.
한편, 광개토 대왕릉비에는 광개토 대왕의 정복 활동을 비롯해 당시 고구려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 있어요.
아래의 내용을 통해 동아시아의 강대국으로 성장한 고구려가 스스로 천하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지요.
시조 추모왕(주몽)이 나라를 세웠다. 시조 주몽은 북부여에서 태어났는데, 하늘의 아들이다. … (왕의) 은혜로운 덕이 하늘까지 미쳤고 세력은 온 세계에 떨쳤다. (나쁜 무리를) 쓸어 없애니, 백성들이 편안히 살게 되었다. … 백잔(백제)과 신라는 옛날부터 (고구려에) 속한 백성으로 조공을 바쳐 왔다.
- 광개토 대왕릉비 -
광개토 대왕릉비의 첫머리에 적힌 글을 통해 고구려인이 자신들을 하늘의 자손이라고 생각하였음을 알 수 있어요.
또 광개토 대왕을 정복한 지역의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는 존재로 묘사하였음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백제와 신라가 고구려에 종속된 나라라고 생각하고 조공을 받았다는 기록도 보이네요.
이처럼 당시 고구려인은 자신들의 나라가 백제와 신라를 거느리며 동아시아의 독자적인 세력을 가진 강대국으로 자부했음을 짐작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