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넘어 다시 당으로

토하라를 거쳐 세계의 지붕 파미르에 이른 혜초는 이제 중국 땅으로 다시 들어가 타클라마칸 사막과 천산산맥 사이로 난 험난한 서역북도를 따라갔어요.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새 한 마리 찾아 볼 수 없는 끝없는 사막, 뜨거운 태양의 열기, 소용돌이치는 모래 바람 속에서 알 수 없는 죽은 자의 해골을 보며 혜초는 한걸음 한걸음 두 발을 내딛었어요. 그리고 둔황을 눈앞에 두고 왕오천국전의 기록은 끝이 납니다.
타클라마칸 사막과 천산산맥을 넘는 혜초
당으로 돌아온 혜초는 다시 고향인 신라 계림으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당에서 불교를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생을 마친 것으로 보여요.
천축국을 다녀오면서 혜초는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을 가슴에 새기지 않았을까요?
너 자신을 등불로 삼고, 스스로에게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을 것이며, 법에 의지하여라.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혜초는 4년여 동안 천축국을 여행하면서 깨달음을 얻고자 했어요.
그리고 『왕오천축국전』이란 책을 남겼지요.
‘다섯 천축국을 다녀오다’라는 뜻의 이 책은 6천 여 자만 남아있는 짧은 여행기랍니다.
하지만 이 여행기는 이탈리아의 탐험가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보다 무려 500년이나 앞선 것으로, 8세기 인도와 서역의 모습을 담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기록이랍니다.
왕오천축국전
총 길이가 358cm로 닥종이 9장을 이어 붙여 만든 두루마리 문서이다.
국사편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