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와 당에 구원을 요청한 김춘추

김춘추는 대야성에서 김품석과 함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어요.
게다가 이 시기에 신라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백제에게 많은 성을 빼앗기고 있었어요.
크나큰 신라의 위기였어요.
김춘추는 나라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예전처럼 강한 백제군을 고구려군의 도움을 받아 물리치는 것이었어요.
김춘추는 죽음을 무릅쓰고 고구려로 가 구원병을 요청했어요.
“포악한 백제가 군대를 몰아 우리 신라를 침범했습니다. 대왕의 군대를 얻어 백제를 몰아내고 치욕을 씻고자 합니다.”
“죽령은 본래 우리 땅이니 그곳을 돌려준다면 군사를 보내줄 것이오.”
“대왕께서는 이웃의 어려움을 도와 이웃과 잘 지낼 뜻은 없고, 다만 사신을 위협하여 땅을 요구하십니다. 지금 저에게는 죽음이 있을 뿐 입니다.”
죽령 이북 땅을 돌려달라는 고구려의 요구는 신라 입장에서는 들어주기 힘든 조건이었어요.
김춘추가 고구려의 요구를 거절하자 연개소문은 그를 별관에 가두었어요.
고구려에 구원을 요청하는 김춘추
나라를 구하러 왔던 김춘추는 자칫 목숨을 잃을 판이었어요.
위험에 처한 김춘추는 마침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고는 보장왕에게 '신라로 돌아가 선덕여왕께 청해서 고구려의 요구를 들어 주겠다'는 거짓 약속을 하였어요.
마침 고구려 첩자가 들어와 김유신이 군사를 이끌고 김춘추를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 한다는 정보를 연개소문에게 알렸어요.
당의 위협 속에서 신라와의 전쟁을 치룰 여유가 없었던 연개소문은 어쩔 수 없이 김춘추를 신라로 돌려보냈어요.
가까스로 신라로 돌아온 김춘추는 고구려의 도움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확신했어요.
고구려를 버린 김춘추는 당과의 연합을 모색하였어요.
당시 당 태종은 안시성 전투에서 고구려에게 패하고 울분을 삭이고 있는 중이었지요.
거친 바닷길을 건너 당에 도착한 김춘추는 당 태종을 만난 고구려 정벌에 앞서 백제를 칠 것을 제안했어요.
안시성에서 패했던 당의 입장에서도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서는 남쪽에서 신라의 협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김춘추는 당 태종에게 군사적 지원을 약속 받는 대신 대동강 이북의 고구려 땅을 당에 주기로 약속하고 신라로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