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을 넘어선 김유신

황산벌에 도착한 신라군의 공격이 시작되었어요.
죽음을 각오한 백제군은 있는 힘을 다해 싸웠고, 네 번 싸워 네 번 모두 승리했어요.
예상보다 강한 백제군의 저항에 신라군의 피해가 늘어났어요.
신라군의 피해가 커지자 김유신은 크게 당황했어요.
계속된 패전으로 군사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고, 게다가 당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짜도 지키기 힘들어졌어요.
고심하던 김유신은 화랑을 전장에 보내 싸우게 했어요.
김유신의 동생인 김흠순의 아들 반굴이 힘껏 싸우다 죽었어요.
반굴이 죽자 이번에는 김유신의 조카 김품일이 16세의 아들 관창을 시켜 선봉에 서게 하였어요.
“계백은 어디 있느냐? 비겁하게 숨어있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와서 나와 결판을 내자.”
호기롭게 창을 휘두르며 백제군 진영을 휘젓던 관창은 백제군에게 사로잡혀 계백 앞으로 끌려왔지요.
계백과 관창(백제군사박물관)
계백이 투구를 벗게 하니 관창이 어리고 또한 용기가 있음을 아끼어 차마 죽이지 못하였어요.
“신라에게 우리 백제가 대적할 수 있겠는가? 어린 소년도 이와 같거늘 하물며 장정들이랴!”
계백은 속으로 탄식하며 관창을 돌려보냈어요.
신라군으로 돌아간 관창은 아버지 품일에게 간단히 인사만 한 후 말을 타고 또다시 백제군으로 쳐들어갔어요. 그리고 다시 사로잡혔지요.
“내 너를 살려 보내줬거늘 어찌 다시 온 것이냐? 나의 머리를 베고 싶다면 더 커서 장수가 된 후에 다시 찾아오너라.”
“또 나를 살려 돌려보낸다면 날카로운 창과 말을 준비해 다시 올 것이다. 그대에게 패했으니 더는 욕보이지 말고 죽여라.”
계백은 어쩔 수 없이 관창의 목을 베어 말에 실어 신라군 진영으로 보냈어요.
관창의 목을 본 신라군은 어린 화랑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였어요.
이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김유신이 때맞춰 신라 군사들에게 외쳤지요.
“신라의 군사들이여! 어린 화랑들이 죽음으로서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있거늘 그대들은 어찌 백제군을 두려워하여 몸을 사린단 말인가. 이들의 죽음 앞에 그대들은 부끄럽지도 않단 말인가? 그대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워준다면 내 오늘 밤 백제를 쳐서 없앨 것이다!”
신라군과 백제군의 전투
백제군사박물관
관창의 장렬한 죽음을 본 신라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어요.
5만의 군사가 물밀 듯이 백제군을 공격하였어요.
황산벌은 성난 신라군과 나라의 최후를 막으려는 백제군의 함성과 비명으로 가득 찼어요.
그러나 적은 수의 백제군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요.
하루 동안 벌어졌던 황산벌 전투는 결국 백제군의 패전으로 끝났어요.
계백도 부하들과 함께 황산벌에서 전사하고 말았지요.
마지막 희망이었던 계백의 5천 결사대가 패하자 나당 연합군을 막을 백제의 군대는 더 이상 없었어요.
이윽고 백제의 수도 사비성이 나당 연합군에게 포위되었고, 얼마 저항도 못하고 함락되었지요.
사비성에서 웅진성으로 도망갔던 의자왕도 곧 항복하고 말았어요.
700여 년 동안 유지되어온 백제의 역사는 결국 황산벌 전투 이후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어요.
김유신의 지략으로 신라군은 계백을 넘어 오랜 백제와의 승부를 낼 수 있었어요. 만약 신라군이 계백의 백제군에게 큰 피해를 입었다면 전쟁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었을까요?
황산벌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