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를 혼란에 빠뜨리다

고구려가 도읍을 평양으로 옮기고 남쪽으로 진출하려는 뜻을 세우자 위협을 느낀 백제와 신라 두 나라는 서로 동맹(나제동맹)을 강화해 고구려에 맞섰어요.
백제는 고구려를 공격하였고, 요충지의 방어를 강화했어요.
나아가 백제는 고구려를 견제하고자 대륙의 강국인 북위에 사신을 보내 구원병을 요청했어요.
그러나 북위는 고구려와의 좋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어서 백제의 요청을 거절하였어요.
장수왕은 이를 알고 백제를 치기로 했어요.
그는 백제를 공격하기 전에 미리 백제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계획을 세웠어요.
이때 도림이라는 승려가 장수왕을 찾아와 스스로 첩자가 되겠다고 청했어요.
“제가 어리석어서 아직 깨우침을 얻지 못하였지만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옵니다.
대왕께서 저를 백제의 첩자로 보내주신다면 왕을 욕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도림은 거짓으로 죄를 짓고 백제로 도망을 갔어요.
도림은 장기와 바둑을 매우 좋아하던 백제 개로왕을 찾아 갔어요.
“제가 어려서부터 바둑을 배워 높은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왕의 곁에서 바둑의 참 재미를 아실 수 있도록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개로왕이 도림과 직접 바둑을 둬 보니 과연 바둑 실력이 뛰어난 고수였어요.
개로왕은 도림을 귀한 손님으로 대우하였고, 두 사람은 매우 친해졌어요.
백제왕이 선물한 일본 나라 쇼소인 바둑판(복제품, 한성백제박물관)
그러던 어느 날 도림이 개로왕에게 조용히 말했지요.
“제가 다른 나라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왕께서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다만 바둑 두는 것 외에 아직 털끝만한 도움도 드린 적이 없습니다. 이제 한 말씀 올려 왕께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그래 말해보시오. 만일 나라에 이롭다면 내가 바라는 바요.”
“백제는 사방이 산과 바다와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웃 나라들이 쉽게 공격할 생각을 못하고 오히려 백제를 받들어 섬기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백제의 성곽과 궁궐은 수리할 데가 많고 선왕들의 무덤은 볼품없습니다.
왕께서 백제가 번성하다는 것을 사방에 보여주면 이웃나라가 모두 백제를 두려워하고 받들고자 할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오! 내가 그렇게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