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 대왕 신종은 어떤 종일까요

국보 29호인 성덕 대왕 신종은 높이가 3.66m, 두께 11∼25㎝, 종 입의 지름이 2.27m에 달하는 큰 종이에요.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요?
기록에는 황동 12만 근으로 종을 만들었다고 해요. 실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밀 측정해 보니 종의 무게는 18.9톤으로 확인되었지요. 어마어마하지요? 이 무게로 맑은소리를 내다니 신기하지요.
그런데 종을 만들 때 구리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종은 경우에 따라 돌로 만들기도 하지만 구리를 사용하여 만드는 동종이 대부분이에요. 구리로 종을 만드는 이유는 소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예요. 오래도록 제소리를 내는 단단한 종을 만들려면 구리에 주석을 적당히 섞은 청동으로 만들어야만 해요.
성덕 대왕 신종에는 여러 가지 무늬와 글씨가 새겨져 있어요. 종의 맨 윗부분에는 종을 매어 달 수 있게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가 용머리 모양으로 웅대하게 조각되어 있어요. 두 마리가 아닌 한 마리 용이 생동감 있는 자세로 허리를 구부린 모양은 다른 나라 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요.
종의 어깨 부분에는 여덟 가지 음을 상징하는 여덟 송이의 연꽃무늬가 있어요. 이 연꽃은 보상화라고도 하는데, 보상화는 극락정토에 피는 상상 속의 꽃이에요. 종의 어깨 밑에는 네 곳에 대칭으로 네모꼴의 연곽이 있어요. 그리고 연곽 안에는 각각 9개씩 모두 36개의 연꽃이 새겨져 있지요.
연곽 아래 종의 몸체 표면에는 2쌍의 비천상이 새겨져 있어요. 꽃구름을 타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향로를 받들고 내려오는 천인상이 있고, 그들 주위로 보상화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지요. 비천은 말 그대로 하늘을 날고 있는 천인상을 의미해요. 천상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지요. 이 비천상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예술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어요.
비천상 사이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가 연꽃 모양으로 새겨져 있어요. 종의 표면에 종을 치는 자리를 만들고, 여기를 종을 치는 나무 막대인 당목으로 쳐서 소리를 내는 것이지요. 반면 서양의 종은 종 안쪽에 추를 매달고는 종 전체를 흔들어 소리를 낸답니다.
몸체 앞면, 뒷면 두 곳에는 1037자의 글이 대칭으로 새겨져 있어요. 종에 새겨진 글씨(종명)에는 종에 대한 내력이 담겨 있어요. 때문에 성덕 대왕 신종은 신라의 종교와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자 자료로도 평가받고 있어요.
종 입구는 여덟 부분으로 나뉜 ‘8능형’으로 되어 있어요. 능마다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고 굴곡져 있어요. 이러한 형태는 오대산 상원사 동종 같은 다른 신라 종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에요.
종 아래 바닥에 파인 구멍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소리를 울리는 통, 곧 움통이라고 해요. 성덕 대왕 신종에는 웅덩이 구조의 움통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요. 움통은 소리의 공명을 일으켜 종소리가 오래 울리도록 하는 동시에 땅속으로 소리가 전달하는 통로 구실을 해요. 불교적인 면에서 지하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의미도 있어요.
움통을 덮었을 때는 깡통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지만, 열었을 때는 막힌 숨이 탁 트이는 듯 맑고 은은한 소리가 나니, 움통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지요.
성덕 대왕 신종이 만들어졌을 때는 통일신라 예술이 각 분야에 걸쳐 전성기를 이룰 때였어요. 종소리뿐만 아니라 화려한 문양과 조각 수법은 시대를 대표할 만하지요. 특히 형태와 조각은 현대의 금속 기술로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고 해요. 신라의 금속 기술이 무척이나 발달했음을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성덕 대왕 신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범종이라 할 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