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이라고 불리게 된 이야기

성덕 대왕 신종은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러요. 그렇게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요. 신라 제36대 혜공왕 때의 일이었어요. 혜공왕은 긴 한숨을 내쉬며 크게 걱정하고 있었어요.
“정말 큰 일이로다. 벌써 7년이 지나도록 종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구나. 저승에 계신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도다.”
그러던 어느 날 혜공왕은 당시 최고의 세력가였던 김옹과 김양상을 불러 말했어요.
“번번이 종을 만드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정성이 부족해서인 듯하다. 앞으로 백성들에게 시주를 받아 종을 만들도록 하라.”
김옹과 김양상은 왕명을 받들어 봉덕사의 주지 스님을 만났어요.
“백성들이 정성스레 내놓은 시주를 모아 종을 만든다면, 부처님의 은혜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이 완성될 것입니다.”
그날부터 봉덕사 스님들은 시주를 받으러 백성들의 집을 찾아다녔어요. 두메산골까지 스님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허름한 오두막집 마당에 들어섰어요. 그리고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웠어요. 잠시 뒤 집 안에서 젊은 여인이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나왔어요.
“나무 관세음보살. 나라에서 큰 종을 만들고 있으니, 시주를 해 주세요. 쇠붙이를 내셔도 좋고, 곡식을 내셔도 좋습니다.”
“저도 시주를 하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가난해서,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이 아이밖에 없습니다. 세 살짜리 아이인데, 이 아이라도 나라에서 필요하다면 시주를 하겠지만…”
“아닙니다. 말씀을 들으니 제가 미안합니다.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시주를 하도록 하세요.”
스님은 합장을 하고 그 집을 떠났어요. 그런데 그날 밤 봉덕사 주지 스님의 꿈에 낯선 노인이 나타나서 주지 스님을 꾸짖었어요.
“시주를 받으러 다니면서 어찌하여 어린아이를 받지 않았느냐? 그 아이를 펄펄 끓는 쇳물에 집어넣어야 종이 제 소리를 내거늘…”
잠이 깬 주지 스님은 새벽에 스님들을 불러 모아 물었어요.
“세 살짜리 여자아이를 시주하겠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느냐?”
“예, 제가 바닷가 마을에서 그 여인을 만났습니다. 시주를 청하니 자기는 가난해서 가진 게 세 살짜리 아이밖에 없다고, 나라에서 필요하다면 그 아이를 시주하겠다고 했습니다.”
“으음, 알겠다. 날이 밝는 대로 나와 함께 그 집으로 가자. 그 여자아이를 데려오는 거야.”
날이 밝자마자 주지 스님은 바닷가 마을을 찾아갔어요.
“나라에서 종을 만드는 데 필요하니 아이를 데려가겠소.”
결국 펄펄 끓는 쇳물에 그 어린아이를 넣어 종을 만들었어요.
“댕, 댕, 댕…!”
드디어 시험 타종을 하게 되었어요. 종소리는 맑고 은은했어요. 긴 여운을 남긴 채 온 누리에 퍼졌어요. 거듭된 실패 끝에 드디어 성덕 대왕 신종이 완성된 것이에요.
그런데 종소리는 “에밀레, 에밀레…”하며 슬프게 울렸어요. 종소리가 마치 엄마를 애타게 찾는 아이의 울음소리 같았지요. 사람들은 종소리를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을 느꼈어요. 이후 사람들은 성덕 대왕 신종을 ‘에밀레종’이라 부르게 되었지요.
여러분은 절에 가서 종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만약 여러분이 성덕 대왕 신종의 종소리를 듣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신라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들리지 않을까요. 이것이 문화유산에 담긴 역사의 소리임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