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이야기에 담긴 바람

문무왕은 통일을 이룬 후 걱정이 많았어요.
특히 동해로 왜구가 쳐들어올까 늘 고민이었지요.
그래서 죽으면서 유언까지 남겼어요.
자신을 동해 앞바다에 묻어주면 동해의 용이 되어 신라를 지키겠다고요.
그 유언에 따라 경주에서 가까운 감포 앞바다 큰 바위 부근에 그의 유골을 뿌렸다고 해요.
그 무덤이 바로 대왕암이지요.
대왕암 가까운 곳에는 감은사라는 절을 세웠어요.
그리고 만파식적이라는 신비한 대나무 피리를 얻었죠.
대왕암
문화재청
『삼국유사』에는 이런 만파식적 이야기가 전해요.
어느 날 동해에 있는 작은 산이 감은사 쪽으로 다가왔대요.
작은 산은 물결을 따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지요.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신문왕은 기이하게 생각해서 점을 치도록 했어요.
신하는 점을 치고 나서 아뢰었어요.
“문무왕과 신이 된 김유신 두 성인이 덕을 같이 하여 나라를 지킬 보배를 내려주신다고 하십니다.
해변으로 나가면 큰 보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신하의 이야기에 신문왕은 배를 타고 작은 산으로 갔어요.
산에 다가가니 용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용은 왕에게 머리를 조아리더니 옥으로 만든 허리띠를 바쳤어요.
그리고 신문왕은 작은 산에 있는 대나무가 합쳐졌다 다시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서 용에게 물었어요.
용은 왕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한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지 않고 두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대나무는 합한 후에야 소리가 나는 물건입니다.
이는 왕이 소리로 나라를 다스릴 좋은 징조이니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온 세상이 평화로울 것입니다.”
신문왕은 궁으로 돌아와 피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피리를 불면 적이 물러가고 병이 나았으며, 가뭄 때는 비가 내리고 장마 때는 날이 개었죠.
이후 왕은 이 피리의 이름을 ‘만파식적’이라고 하고 나라의 보물로 삼았어요.
만파식적이란 ‘세상의 온갖 파란(시련)을 그치게 하는 피리’라는 뜻이랍니다.
산이 움직이고 피리를 불면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는 이야기를 오롯이 믿을 수는 없어요.
그러면 우리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신문왕 때 신라 왕실이 정치적인 불안을 떨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은 소원이 얼마나 컸는지 추정해 볼 수 있는 기록으로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