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 유리구슬의 바닷길 대항해

미추왕릉지구 4호분에서 출토된 경주 황남동 상감 유리구슬
문화재청
1973년 실시된 미추왕릉지구의 4호분 발굴조사에서 매우 특이한 유리구슬이 출토되었어요.
유리구슬에는 사람 얼굴과 새, 나무, 구름 등이 새겨져 있었어요.
학자들은 이 특이한 사람의 얼굴을 닮은 유리구슬(인면 유리구슬)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어요.
연구의 결과 ‘인면 유리구슬’을 처음 만든 곳이 고대 로마였음을 알아냈어요.
로마인들은 눈을 크게 부릅뜬 신화 속 메두사의 얼굴을 닮은 유리구슬을 목에 걸고 다녔다고 해요.
이 유리구슬을 부적처럼 걸고 다니면 질병이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해요.
로마 인면 유리구술
코닝 유리박물관
하지만 로마의 인면 유리구슬은 신라의 것과 만드는 방법이나 얼굴의 생김새가 달랐어요.
학자들은 로마에서 한참 떨어진 인도네시아에서 다시 답을 찾았어요.
고대 로마 상인들은 배를 타고 아라비아와 인도로 가서 무역을 했어요.
무역을 하면서 로마의 유리구슬 제작 기술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전해졌어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로마의 기술에 자신들의 문화와 생각을 담아 새로운 인면 유리구슬을 만들었어요.
유리구슬 속 사람은 누굴 따라 만든 것일까요?
학자들은 당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믿었던 부처의 얼굴이라 추측해요.
구슬 속 흰 새는 부처의 해탈을, 꽃나무는 부처를 환영할 때 사용하는 상징이라 생각했어요.
작은 구슬을 부처와 관련된 상징으로 꽉 채운 것이지요.
로마에서 시작된 인면 유리구슬은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거쳐 멀리 떨어져 있는 신라에 도착한 것이에요.
작은 유리구슬 하나가 먼 옛날 로마에서 인도네시아를 거쳐 신라까지 이어진 교류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어요.